넷플릭스가 2025년 4월 4일, 웹툰 원작 범죄 스릴러 시리즈 <악연>을 전편 공개하며 또 한 번 시청자들의 심장을 조이기 시작했다. 이일형 감독이 연출하고, 이희준·이광수·공승연·박해수·신민아 등이 출연한 이 작품은 단 6부작이지만, 시청자들을 화면에 꽉 붙잡아 두기에 충분하다. 그 중심에는 제목 그대로의 ‘악연’이 있다.
◆ ‘악연’이란 이름의 덫
<악연>은 서로 무관하던 인물들이 어긋난 선택과 욕망으로 얽히며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향하는 이야기다. 코인 투자 실패로 사채에 허덕이는 남자(이희준), 교통사고를 은폐하려는 한의사(이광수)와 그의 여자친구(공승연), 사고를 목격하고 협박에 나서는 남자(박해수), 성폭력 트라우마로 복수심에 불타는 외과의사(신민아) 등 여섯 인물의 엇갈린 운명이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한다.
이들의 연결고리는 단 하나, ‘악연’이다. 누구도 완전한 선도, 순수한 피해자도 아닌 이 인물들은 각자의 잘못과 과거, 욕망에 이끌려 서로를 파멸의 길로 밀어 넣는다.
◆ 각자의 지옥을 향해
드라마는 매회 새로운 캐릭터와 사건을 풀어놓으며, 처음에는 어디로 향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전개를 이어간다. 그러나 중반을 넘기며 하나둘씩 얽힌 퍼즐이 맞춰지고, 인물들의 악연이 어떻게 서로를 뒤덮고 있었는지 드러나기 시작한다. <악연>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이 ‘맞물림’에 있다. 각각의 사연은 독립적이지만, 결국 하나의 비극으로 모아지는 서사 구조가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특히 박해수는 감정이 얽힌 인물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이야기의 키를 쥐고 있고, 신민아는 고통과 분노, 그리고 복수를 오가는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시리즈의 감정선을 잡아준다. 공승연은 의외의 반전 포인트를 쥔 캐릭터로서, 치명적인 선택의 순간들을 매끄럽게 소화한다.
◆ 웹툰의 긴장감, 영상으로 이어지다
최희선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악연>은 원작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와 복잡한 구성을 유지하면서도, 시각적 연출을 통해 한층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되었다. 원작에서 다소 난해할 수 있던 교차 서사는 이일형 감독의 연출로 입체감을 갖춘 드라마적 긴장감으로 재탄생했다.
특히 이광수는 안경을 쓴 성공한 한의사에서 서서히 무너져가는 찌질한 인물로의 변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이광수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
◆ ‘악연’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강렬한 후유증
<악연>은 단지 범죄 스릴러로 끝나지 않는다. 드라마가 던지는 질문은 깊다. “우리는 정말 악연일 뿐인가?”, “누가 먼저였을까?”, “누구의 선택이 진짜 잘못이었을까?”라는 복잡한 질문을 남긴 채, 시청자에게 후유증을 안긴다.
존속 살인, 장기 밀매, 시체 유기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그것이 자극을 위한 자극에 머무르지 않는 이유는 결국 이 이야기가 인간 내면의 어두움과 도덕의 경계를 치열하게 조명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악연>은 단 6부작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인물과 사연은 한 시즌 내내 무게감 있게 펼쳐진다. 피할 수 없는 과거, 끝나지 않는 선택의 연속, 그리고 마침내 마주하는 결과… <악연>은 ‘누구나 맺을 수 있는 나쁜 인연’이 얼마나 파괴적일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그려낸다.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봐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